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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씁니다.

어쩌다 결혼, 어쩌다 이혼

 

 

모든 이야기에는 시작과 끝이 있듯이,

나의 결혼 생활에도 시작과 끝이 존재했다.

 

시작은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시작된다. 연애 6개월 만에 혼전임신 소식과 함께 24살에 결혼이라는 큰 책임을 맞이했다. 그렇게 시작된 결혼 생활은 가정폭력이라는 어두운 그림자 아래에서 5년간 이어졌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혼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그 어려운 결정 뒤에는 곧 무거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소송이혼을 접수하고, 나는 아이들과 함께 바로 독립을 시작했다.

 

아기띠로 둘째 아이를 안고 한 손에는 캐리어, 한 손에는 첫째 아이의 손을 잡고 원룸 월세방을 알아보러 다녔다. 친정집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염치없게도 300만원을 빌려서 아이 아빠와 3시간 떨어져 있는 시골로 이사를 했다.

 

물론 방은 1.5룸, 그리고 동사무소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복지 상담을 받고, 아이들과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어린이집을 보내고, 내가 배우고 싶었던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해서 5년 만에 첫 직장을 얻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어둠을 걷어냈고 비록 원룸에서의 생활이었지만 우리집은 늘 아이들의 웃음소리(feat. 울고불고)에 시끌벅적하고 따듯한 행복이 깃들어있었다.

 

 

 

마음의 소리

 

 

 

내 안의 마음에 소리에 집중해 보기

이혼 후 한부모가 되면서 혼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멘탈 붕괴는 물론이고 결혼 생활하며 생겨난 우울증,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대인기피증이 다시 한번 나를 삼켰다. 혼자가 편하고, 집 밖이 무섭고,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불안했던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그런 줄 알았다. 정작 나는 내 안의 마음을 돌보지 못했다. 내가 고립되어가고 있었다니... 확실한 건 활동량이 없거나 집에만 있는 날은 증상이 심해졌다.

 

물론 이전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완전한 행복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숨 쉬고, 발맞춰 걷고 그것만으로 내가 행복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혼은 삶의 한 장을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아픔과 슬픔 때로는 좌절감까지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들이 있겠지만 지금 이 여정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행복 앞에선 어떠한 자격도 필요하지 않다. 행복 뒤에 숨겨진 어두운 면을 직면해야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이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문득 지난날, 밤을 지새우며 눈물을 머금고 이혼이라는 단어를 매일같이 검색하던 날들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이 글이 또다시 살아갈 용기가 되었다면 단 한명이라도 좋다. 덕분에 내 마음도 후련해졌다.

 

그러니 당신도 움츠리지 말기를 바란다. 앞으로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너무나 정당하다. 또 다시 보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때까지 밥 잘 챙겨 먹자.

머리 좋은 자는 마음 깊은 자를 이길 수 없다.

 


 

2022년 3월 소송이혼 판결.

나는 2년 차 싱글맘, 말쑥이다.